혈압약, 한 번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세 줄 요약
진료지침은 복용 기간을 「평생」이라고 쓰지 않습니다. 다만 고혈압은 만성질환이라 대부분 장기간 복용합니다.
혈압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조절되고 생활요법을 철저히 실천하는 일부 환자에서는 감량이나 중단을 신중히 고려할 수 있습니다.
끊은 뒤 정상혈압을 유지한 비율은 1년 약 40%, 2년 이상 약 26%이며, 스스로 끊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던데요.”
처음 혈압약을 권할 때 가장 자주 듣는 말입니다. 그래서 시작을 미루는 분도 계시고, 반대로 몇 달 잘 나왔다고 말없이 끊는 분도 계십니다. 두 경우 모두, 지침이 실제로 무엇이라고 적어 두었는지를 보면 답이 조금 달라집니다.
「평생」이라는 말은 지침에 없습니다
2026년 5월 개정된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제6판)에서 「평생」이라는 단어는 복용 기간이 아니라 누적 심혈관 위험을 설명하는 자리에만 나옵니다. [1] 질병관리청은 같은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고혈압은 대부분 만성 질환이므로 진단 후에는 장기적으로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생활습관을 잘 관리하여 혈압이 정상으로 유지된다면, 의사와 상담 후 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2]
그러니 정확한 답은 「평생」도 「끊을 수 있다」도 아닙니다. 대부분은 장기간이고, 일부는 줄이거나 끊을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혈압이 오르는 경향이 있어 한 번 시작하면 줄이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단서도 질병관리청 자료에 함께 붙어 있습니다. [3]
약을 왜 시작했는지가 먼저입니다
줄일 수 있는지를 보려면 시작한 이유를 봐야 합니다. 지침은 혈압 수치와 심혈관 위험도를 같이 봅니다. 1기 고혈압(140~159/90~99)이라도 위험도가 낮으면 생활요법을 먼저 하고 조절 상태에 따라 약을 고려하지만, 위험도가 중간 이상이거나 2기(160/100 이상)면 생활요법과 함께 약을 바로 시작하도록 권고합니다. [1] 당뇨병이나 만성콩팥병, 심혈관질환이 있으면 목표도 130/80 미만으로 더 낮습니다. [4]
같은 지침은 「생활요법은 약물치료를 대체하는 수단이라기보다는 보조적인 치료」라고도 적어 두었습니다. [1] 위험도가 높아 시작한 약이라면 생활요법으로 혈압이 좋아졌다고 해서 약이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저위험 1기에서 시작한 약이라면 줄일 여지가 상대적으로 큽니다.
지침이 약을 시작하기 전에 백의고혈압을 배제하도록 권고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1] 진료실에서만 높은 혈압으로 시작한 약이라면, 애초에 필요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측정 방법에 따라 기준이 다른 이유는 다른 글에서 다뤘습니다.
줄이거나 끊을 수 있는 조건
2026년 지침은 「고혈압 약의 감량 또는 중단」을 처음으로 별도 절로 기술했습니다. 결론 문장은 이렇습니다. 「혈압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조절되고 생활요법을 철저히 시행하는 일부 환자에서는 약물 감량 또는 중단을 신중히 고려할 수 있으며, 이후 최소 3개월 간격으로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생활요법 이행 여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1] 몇 개월, 몇 mmHg 같은 숫자 기준은 없습니다. 등급이 붙은 권고문이 아니라 본문 서술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개별 판단의 영역이라는 뜻입니다.
생활요법이 조건에 들어가는 데는 근거가 있습니다. 지침은 아래 효과를 「항고혈압제 1제에 해당되는 정도」라고 표현하고, 약을 먹는 중에 병행하면 「용량 및 약물 개수를 줄여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적었습니다. [1]
하루 5g 미만
1kg마다
하루 2잔 미만
하루 30~50분, 주 5일 이상
채식 위주
줄이는 것과 끊는 것은 다릅니다. 지침도 감량하거나 약 개수를 줄이는 것을 먼저 놓고, 중단은 그 다음입니다. 생활요법은 장기간 유지가 어렵고 2기 이상에서는 목표에 닿기 어렵다는 한계도 같은 자리에 적혀 있습니다. [1]
끊으면 어떻게 되나
66편의 연구를 모은 체계적 문헌고찰에서 약을 끊고 정상혈압을 유지한 비율은 6개월 38%, 1년 40%, 2년 이상 26%였습니다. 성공을 예측한 요인은 한 가지 약만 먹고 있었다는 것과 끊기 전 혈압이 낮았다는 것이었습니다. [5] 국내에서 혈압이 잘 조절되던 20~60세 16명을 대상으로 약을 끊어 본 연구에서는 6개월 성공 기준을 충족한 사람이 절반이었고, 네 명은 혈압이 정상인데도 불안 때문에 약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6] 끊을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이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듭니다.
고령자에서 중단과 지속을 비교한 무작위시험들을 모은 코크란 리뷰에서는 중단군의 수축기혈압이 평균 약 10mmHg 높았습니다. 사망이나 심근경색이 늘었는지는 근거가 부족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7] 「차이가 없다」가 아니라 「아직 모른다」입니다. 지침은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약을 중단하면 합병증 위험이 증가했다는 연구도 인용하고 있습니다. [1]
스스로 끊으면 안 되는 이유와 절차
일부 계열의 혈압약은 갑자기 끊으면 협심증이 나빠지거나 심근경색이 생긴 사례가 허가사항에 기재되어 있고, 「의사의 지시 없이 투여를 중지하지 않도록」이라는 문구가 명문화되어 있습니다. [8] 부작용 때문에 끊고 싶은 경우에도 답은 중단이 아니라 용량 조절이나 약제 변경입니다. [3]
줄이기로 했다면 절차가 있습니다. 감량은 점진적으로 하고, 용량을 바꾼 뒤에는 2~4주 간격으로 확인합니다. 안정되면 3~6개월 간격으로 추적하며, 끊은 뒤에도 최소 3개월 간격으로 혈압을 재고 생활요법이 유지되는지 점검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정혈압 기록이 판단 재료입니다. [1][9] 다시 오르면 약을 다시 시작합니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절차의 일부입니다.
노인에서는 방향이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노쇠가 진행하면서 혈압이 떨어지면 감량이 필요해질 수 있고, 지침도 노쇠한 노인이나 85세 이상에서는 개별화된 목표를 두도록 합니다. 다만 어지럽다는 이유만으로 줄이지는 않습니다. [1] 원인 질환이 따로 있는 이차성 고혈압은 원인을 치료하면 약이 줄거나 필요 없어지는 경우가 있어, 잘 조절되던 혈압이 이유 없이 다시 오르거나 약에 잘 반응하지 않을 때 지침은 이를 확인하도록 합니다. [1]
혈압약을 줄일 수 있는지는 수치 하나로 정하지 않습니다. 왜 시작했는지, 얼마나 오래 안정됐는지, 생활요법이 실제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가정혈압 기록과 생활요법 실천 내역을 가지고 오시면 그 판단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함께 읽기 · 집에서 잰 혈압과 병원에서 잰 혈압이 다를 때
참고자료
- 대한고혈압학회 · 2026 고혈압 진료지침 제6판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고혈압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노인 고혈압
- Lee EM 등 · 2026 고혈압 진료지침 하이라이트, Clin Hypertens 2026
- van der Wardt 등 · 항고혈압제 중단 체계적 문헌고찰, J Hypertens 2017
- Lee HY, Lee KS · 젊은 성인의 항고혈압제 중단 연구, Clin Hypertens 2023
- Cochrane · 고령자의 항고혈압제 중단 (2025)
- 식약처 의약품안전나라 · 베타차단제 계열 혈압약 허가사항(사용상의 주의사항)
- 대한고혈압학회 · 2018 고혈압 진료지침 Part II (감량·중단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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