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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잰 혈압과
병원에서 잰 혈압이 다를 때

내과 전문의 유동훈 · 혈압 / 진료실 밖 혈압

세 줄 요약
두 값이 다른 것은 모순이 아닙니다. 측정 방법마다 고혈압으로 보는 기준이 다릅니다.
진료실 140/90 · 가정과 주간 활동혈압 135/85 · 24시간 평균 130/80.
병원에서만 높은 백의고혈압과 병원에서만 정상인 가면고혈압은 두 값을 나란히 놓아야 보입니다.

혈압은 재는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집에서는 130인데 여기만 오면 150이 나와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혈압계가 고장 난 것도, 환자분이 잘못 재신 것도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2022년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지침은 정확한 혈압 측정이 진단과 치료의 가장 기본이라고 하면서, 측정된 혈압은 측정 환경, 측정 기기, 측정 방법, 재는 사람의 술기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진료실혈압을 표준적인 방법으로 반복 측정하거나 진료실 밖 혈압 측정을 부가적으로 시행해 고혈압을 진단하고 분류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진료실 밖 혈압을 함께 보는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진료실 밖 혈압이 진료실혈압보다 예후를 더 잘 반영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값보다 평소의 값이 몸에 실제로 작용하는 혈압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얼마나 자주 재야 하는지도 지침에 있습니다. 다만 지침은 "고혈압을 조기 발견하기 위한 선별검사 방법에 대한 근거는 부족하나"라는 단서를 먼저 붙입니다. 그 전제 위에서 20세 이상 성인은 2년마다, 그리고 40세 이상이거나 고혈압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 전단계(130~139/80~89mmHg)이거나 비만이 있는 경우에는 매년 진료실혈압을 측정할 것을 권고합니다.

그래서 측정 방법마다 기준이 다릅니다

여기가 오해가 풀리는 지점입니다. 같은 "고혈압"이라도 어떻게 쟀느냐에 따라 기준 숫자가 다릅니다.

진료실혈압
140/90 mmHg 이상
가정혈압
135/85 mmHg 이상
활동혈압
주간 평균
135/85 mmHg 이상
활동혈압
24시간 평균
130/80 mmHg 이상
활동혈압
야간 평균
120/70 mmHg 이상

측정방법에 따른 고혈압 진단기준 · 2022 고혈압 진료지침(대한고혈압학회)

집에서 135가 나왔는데 병원에서 145가 나왔다면, 두 값은 모순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자를 대고 있는 것입니다. 두 값 모두 각자의 기준으로는 경계에 걸쳐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쪽이 진짜냐"보다 "두 값이 각자의 기준에서 어디에 있느냐"를 봅니다.

지침에는 두 값을 서로 옮겨 읽는 대응혈압 표도 있습니다. 진료실 수축기혈압 140은 24시간 평균 130, 주간 평균과 가정혈압 135에 해당하고, 진료실 130은 24시간 평균 125, 주간 평균과 가정혈압 130에 해당합니다. 진료실 값이 낮아질수록 세 값의 차이도 좁아지는 셈입니다.

병원에서만 높은 사람, 병원에서만 정상인 사람

두 값을 나란히 놓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이 중 주의해서 볼 쪽은 가면고혈압입니다. 진료실에서는 정상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기 쉽습니다. "병원에서 잴 때는 괜찮다던데요"가 안심의 근거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여기입니다.

이미 고혈압약을 드시는 분들께는 별도의 이름이 있습니다. 치료 중인데 진료실에서만 높으면 백의비조절고혈압, 진료실에서는 괜찮은데 밖에서 높으면 가면비조절고혈압이라고 부릅니다. 2022년 지침은 이 진단들에서 수치 자체보다 진료실 값과 진료실 밖 값의 "차이"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가정혈압이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진료실 밖 혈압을 재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활동혈압 측정은 하루 동안 정해진 간격으로 자동 측정하는 방식이고, 가정혈압 측정은 집에서 전자혈압계로 직접 재는 방식입니다.

지침은 활동혈압 측정에 대해 1차 진료기관에서는 검사가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임상적으로는 전자혈압계를 이용한 가정혈압 측정이 널리 사용된다고 적고 있습니다. 실제로 가정혈압 측정의 권고 수준은 2018년 「고려」에서 2022년 「권고」로 올라갔습니다.

다만 아무렇게나 잰 값이 쓸모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해진 방법으로, 일정한 시각에, 여러 날에 걸쳐 재야 의미가 생깁니다. 어떻게 재는지는 혈압계 종류에 따라서도 달라지므로 진료에서 함께 맞춰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몇 번 재서 어느 값을 적을지, 언제 재야 하는지를 정해 두면 다음 진료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기록이 됩니다.

반지나 시계로 잰 혈압은 어디에 쓰나요

요즘은 커프(팔을 조이는 띠) 없이 혈압을 보여 주는 기기들이 있습니다. 손목시계형, 반지형처럼 자주, 그리고 자는 동안에도 잴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합니다. 커프가 팔을 조이지 않으니 자는 동안에도 깨지 않고, 여러 날에 걸쳐 부담 없이 이어서 잴 수 있습니다.

다만 앞에서 본 진단 기준 숫자들은 모두 커프로 잰 혈압을 기준으로 정해진 값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커프 없는 기기로 얻은 값을 그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숫자로 다루지 않습니다. 하루 중 혈압이 어떻게 오르내리는지, 자는 동안 어떤지를 경향으로 보는 자료로 씁니다.

진단과 약 조절은 커프로 잰 혈압을 기준으로 합니다. 두 가지를 함께 보면, 커프로 잰 값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와 그 값이 하루 중 어떤 상황에서 나온 것인지를 같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혈압은 한 번의 숫자가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 잰 값들의 묶음으로 판단합니다. 집에서 잰 값을 날짜와 시각과 함께 적어 오시면 진료실 값과 나란히 놓고 볼 수 있습니다. 높게 나온 날만 골라 적으실 필요는 없고, 잰 값을 그대로 가지고 오시는 편이 판단에 더 도움이 됩니다.

이 칼럼은 2026년 8월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참고자료 · 「2022 고혈압 진료지침」(대한고혈압학회) — 신나영,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 2022년」 약학정보원THE MOST 진료지침 해설에 인용된 표 1~4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