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아랫배가 아플 때,
초음파로 맹장염을 알 수 있나요
세 줄 요약
국내 지침은 급성 충수염 진단에 복부 CT를 A등급으로 권고하고, 초음파는 조건부인 B등급에 둡니다.
초음파가 어린 환자와 임산부에서는 먼저입니다. 방사선 때문입니다.
초음파에서 보이지 않았다고 충수염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증상이 이어지면 다시 봐야 합니다.
흔히 맹장염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염증이 생기는 곳은 맹장이 아니라 맹장 끝에 달린 충수라는 작은 돌기입니다. 의학 문서에서는 급성 충수염이라고 씁니다. 이 글에서도 근거를 인용할 때는 충수라고 적겠습니다. 같은 병입니다.
덧붙이면 대장내시경에서 말하는 맹장은 또 다른 뜻입니다. 대장이 시작되는 부위를 가리키는 말이고, 용종 제거 후 추적 주기를 다룬 글에서 "맹장까지 도달했는지"라고 할 때의 맹장이 그것입니다. 충수와는 다른 곳입니다.
통증이 옮겨 간다면
충수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자료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식욕이 떨어지고 메스꺼움이 먼저 시작된 뒤 명치 쪽 통증이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배꼽 주위를 거쳐 오른쪽 아랫배로 옮겨갑니다. 진행하면 미열이 나면서 한기를 느끼기도 합니다.
이 옮겨 간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오른쪽 아랫배가 아팠던 것이 아니라, 배 가운데가 애매하게 불편하다가 자리를 잡는 흐름입니다. 진찰에서는 맥버니 포인트라고 부르는 지점의 압통을 확인하고, 혈액검사에서 백혈구가 올랐는지를 봅니다.
다만 모두가 이 순서를 따르지는 않습니다. 같은 자료는 전형적인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절반 정도이고, 증상이 애매한 환자가 전체의 3분의 1에 이른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래서 진찰과 피검사만으로 가리기 어려운 자리가 생기고, 영상검사가 들어옵니다.
초음파에서 충수는 이렇게 보입니다
초음파는 충수를 직접 찾아 봅니다. 어떤 모습일 때 충수염으로 보는지는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마지막 줄이 초음파에만 있는 방법입니다. 정상 충수는 탐촉자로 누르면 납작하게 눌립니다. 염증으로 부어 있으면 눌리지 않습니다. 화면을 보면서 그 자리를 눌러 볼 수 있다는 점이 초음파의 특징입니다.
그런데 지침이 먼저 권고하는 것은 CT입니다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본론입니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영상의학회,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함께 만든 영상진단 정당성 가이드라인은 우하복부 급성통증과 발열이 있는 환자에 대해 이렇게 권고합니다.
"급성 충수염 진단을 위해 복부 CT를 권고한다. (권고등급 A)"
"복부 초음파 검사와 복부 MRI 역시 일반적 또는 특수한 상황에서 고려할 수 있다. (권고등급 B)"
같은 지침이 인용한 메타분석의 숫자가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지침은 초음파의 약점도 분명하게 적습니다. "초음파 검사 역시 정확한 검사이지만, 검사자의 역량에 좌우가 많이 되고 비만이 있는 환자의 경우 검사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는 문장입니다. 같은 환자를 같은 기계로 봐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B등급이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지침이 정의하는 B는 "선택적으로 제공하거나, 전문가 판단에 따라 특정 개인에게 시행할 것을 권고함"입니다. 조건이 맞으면 쓰라는 자리입니다.
초음파가 먼저인 자리도 지침에 있습니다
그 조건을 지침이 직접 밝혀 두었습니다.
"어린 환자나 임산부에서 일차적으로 초음파를 시행하고, 초음파로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선택적으로 CT나 MRI를 시행하기도 한다."
이유는 방사선입니다. 앞의 표에서 보신 대로 초음파는 방사선량이 0이고 복부 CT는 5~10mSv입니다. 자라는 아이와 태아에게 이 차이는 그냥 넘길 수 없는 크기입니다. 지침이 위해를 따질 때 "무증상, 소아, 임산부"를 따로 짚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다만 지침은 같은 문단에서 "진단 정확도는 CT나 MRI에 비해 낮은 결과를 얻었다"는 말을 빼놓지 않습니다. 초음파를 먼저 하는 것은 정확해서가 아니라 위해가 작아서이고, 결론이 나지 않으면 다음 검사로 넘어가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젊은 여성에서는 난소·난관·자궁 쪽 문제와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도 더해집니다.
정상으로 보였는데 계속 아플 때
진료실에서 가장 조심스러운 상황이 이쪽입니다. 초음파에서 충수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고, 그런데도 아픈 경우입니다.
앞의 숫자를 다시 보겠습니다. 초음파의 민감도가 성인에서 83%라는 것은, 충수염인 사람 100명 중 열일곱 명 정도는 초음파에서 잡히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충수는 위치가 사람마다 다르고, 장에 가스가 차 있거나 체형에 따라 그 자리가 화면에 잘 나오지 않기도 합니다. 영상검사로도 수술 전에 확실히 가려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점은 질병관리청 자료도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음파에서 안 보였다"는 말은 "괜찮다"와 같은 말이 아닙니다. 통증이 오른쪽 아래에 자리를 잡고 머물거나, 열이 오르거나, 걸을 때 배가 울리면 앞의 검사 결과와 무관하게 다시 평가받으셔야 합니다. 시간을 두고 다시 보는 것 자체가 진단 과정의 일부입니다.
시간이 중요한 이유
충수염은 기다린다고 나아지는 병이 아닙니다. 질병관리청 자료는 치료가 수술이 원칙이며, "보통 증상이 시작된 시점부터 3일 이내에 수술을 받지 않으면 충수가 터지게" 된다고 적고 있습니다.
양쪽 끝 연령에서 천공률이 높은 것은 증상을 말로 옮기기 어렵거나 전형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아이와 어르신에서 판단이 더 어렵고, 그만큼 늦어지기 쉽습니다.
천공되면 "통증은 더욱 심해지고 아픈 부위가 우하복부에 국한되지 않고 하복부 전체 또는 복부 전체로 확산"됩니다. 아픈 자리가 넓어지는 것은 좋아지는 신호가 아닙니다. 통증이 배 전체로 번지거나 열과 구토가 심해지면 검사 순서를 따질 때가 아니라 수술이 가능한 병원의 응급실로 가셔야 하는 때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오른쪽 아랫배 통증에서 초음파는 쓸 자리가 분명히 있는 검사이고, 특히 아이와 임신 중에는 지침이 먼저 놓는 검사입니다. 다만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남고, 그때는 다음 검사로 넘어가야 합니다. 어느 검사를 먼저 할지보다 지금 이 통증이 시간을 다투는 것인지를 가리는 편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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