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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L은 낮을수록 좋다는 말,
정말인가요

내과 전문의 유동훈 · 건강검진 / 이상지질혈증

세 줄 요약
콜레스테롤은 나쁜 물질이 아닙니다. 세포막·호르몬·담즙산·비타민D의 재료입니다.
문제는 총량이 아니라 균형입니다. LDL과 중성지방은 낮게, HDL은 높게.
LDL 목표치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같은 130이라도 어떤 분께는 정상이고 어떤 분께는 치료 대상입니다.

콜레스테롤은 나쁜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콜레스테롤이 없으면 사람은 살 수 없습니다. 세포막의 재료이고, 성호르몬과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재료이며, 지방을 소화하는 담즙산과 비타민D도 여기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몸은 필요한 콜레스테롤의 상당량을 간에서 직접 만듭니다. 음식으로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고, 이것이 식이조절만으로 수치가 잘 안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과지의 네 가지 숫자는 각각 무엇인가요

총콜레스테롤
LDL과 HDL, 그 밖의 성분을 모두 더한 값입니다. 이 숫자 하나만으로 판단하면 안 됩니다.
LDL
낮을수록 좋음
간에서 조직으로 콜레스테롤을 배달하는 운반체입니다. 남으면 혈관 벽에 쌓입니다.
HDL
높을수록 좋음
혈관 벽에 쌓인 것을 회수해 오는 청소차 역할입니다.
중성지방
낮을수록 좋음
남는 열량의 저장 형태입니다. 술과 탄수화물, 특히 단 음료에 민감합니다.

배달 트럭(LDL)이 짐을 계속 부려놓는데 청소차(HDL)가 적으면 길가에 짐이 쌓입니다. 그 쌓인 것이 혈관 벽에 생기는 죽상경화반입니다. 총콜레스테롤이 높아도 그 안에서 HDL이 많은 것이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중성지방은 왜 검사 때마다 다른가요

중성지방은 네 숫자 중 가장 변덕스럽습니다. 전날 회식을 하면 다음 날 검사에서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그래서 한 번의 수치보다 여러 번 측정한 흐름을 봐야 하고, 검사 전 금식 안내를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중성지방이 500을 넘어가면 관리의 목적이 심혈관질환 예방에서 급성 췌장염 예방으로 바뀝니다. 특히 1,000을 넘으면 위험이 뚜렷하게 올라가므로 심혈관 위험도와 별개로 즉시 치료 대상입니다. 결과지에서 세 자리 후반의 중성지방을 보셨다면 그냥 넘기지 마세요.

혈관에서는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나요

혈관 벽 안쪽으로 LDL이 파고들어가 산화되면 면역세포가 이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잡아먹습니다. 그 잔해가 쌓여 혈관 벽 안에 물렁한 덩어리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혈관이 서서히 좁아져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덩어리를 덮고 있는 얇은 막이 어느 날 터지면 그 자리에 혈전이 순식간에 생겨 혈관을 막습니다. 심근경색과 뇌경색이 예고 없이 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70% 좁아진 혈관보다 30% 좁아졌지만 불안정한 덩어리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 LDL 목표치는 얼마인가요

여기가 핵심입니다. LDL에는 모두에게 통하는 하나의 정상 수치가 없습니다.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을수록 목표치가 낮아집니다.

초고위험군
관상동맥질환(심근경색·협심증), 허혈성 뇌졸중, 말초동맥질환을 앓았던 경우. 표적장기 손상이나 주요 위험인자를 동반한 당뇨병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고위험군
당뇨병, 경동맥 협착, 복부대동맥류 등
중등도 위험군
고혈압, 흡연, 낮은 HDL, 조기 심혈관질환 가족력 등 위험인자가 여럿인 경우
저위험군
위험인자가 거의 없는 경우

목표 LDL 수치는 초고위험군에서 가장 낮게, 저위험군으로 갈수록 높게 설정합니다. 구체적인 숫자는 진료지침 개정에 따라 바뀌므로 진료 시 본인의 위험군과 함께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인터넷 기준표 하나로 자기 수치를 판단하지 마세요.

LDL이 190을 넘는다면

이 대목은 특히 주의해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치료받지 않은 상태의 LDL이 190을 넘거나, 가족 중에 젊은 나이(남성 55세 미만, 여성 65세 미만)에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을 앓은 분이 있다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가능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유전적으로 LDL을 처리하는 기능이 떨어져 태어날 때부터 평생 높은 LDL에 노출되는 질환입니다. 유병률이 인구 200~300명당 1명 수준으로 결코 드물지 않은데 국내 진단율은 매우 낮습니다. 대부분 모르고 지냅니다.

일반적인 고지혈증과 접근이 완전히 다릅니다. 훨씬 이른 나이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고, 가족 검사가 필수적입니다. 부모·형제·자녀 중 절반가량이 같은 유전자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킬레스건이 두꺼워지거나 눈꺼풀에 황색종이 보이는 것도 단서가 됩니다.

LDL은 정말 낮을수록 좋은가요

너무 낮으면 몸에 안 좋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참고가 될 만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갓 태어난 신생아의 LDL은 대략 30~40 수준입니다. 사람이 원래 가지고 태어나는 수치가 그 정도라는 뜻입니다. 지금의 100~130이 사람의 기본값인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LDL을 낮출수록 심혈관질환 발생이 줄어드는 관계는 꾸준히 확인되고 있고, 하한선에서 뚜렷한 손해가 생긴다는 근거는 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어디까지 낮출지는 개인의 위험도에 따라 정하는 문제입니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가장 흔한 오해입니다. 약은 중독되는 것이 아닙니다. 끊으면 원래 수치로 돌아갈 뿐입니다. 원래 수치가 높았기 때문에 계속 먹게 되는 것이지, 약 때문에 못 끊는 것이 아닙니다.

시력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쓰는 것과 비슷합니다. 안경을 벗으면 다시 안 보이지만 그것이 안경 탓은 아닙니다. 생활습관 개선으로 수치가 충분히 내려가면 감량하거나 중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활습관으로 얼마나 내려가나요

기대치를 정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생활습관만으로 LDL을 크게 떨어뜨리기는 어렵습니다. 대개 한 자릿수에서 10%대 초반 정도입니다. 반면 중성지방과 HDL은 생활습관에 훨씬 잘 반응합니다.

그렇다고 의미가 없느냐 하면 전혀 아닙니다. 생활습관 개선은 콜레스테롤 수치 하나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혈압, 혈당, 체중, 염증 수준을 함께 바꿉니다. 심혈관 위험 전체를 낮춥니다.

정리하면

콜레스테롤은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균형입니다. 결과지를 받으시면 총콜레스테롤 하나가 아니라 네 숫자를 함께 보시고, 무엇보다 내가 어느 위험군인지를 확인하세요. 목표치는 거기서 정해집니다.

참고자료 ·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