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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X-ray의 흰 점,
그냥 둬도 되나요

내과 전문의 유동훈 · 건강검진 / 잠복결핵

세 줄 요약
폐의 석회화 결절은 과거에 결핵균과 만난 적이 있다는 흔적입니다. 그 자체가 진단명은 아닙니다.
X-ray만으로는 잠복결핵 여부를 알 수 없습니다. 확인은 혈액검사 또는 피부반응검사로 합니다.
잠복결핵은 증상도 없고 전염되지도 않습니다. 다만 면역이 떨어지는 시기가 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석회화 결절이 뭔가요

건강검진 흉부 X-ray 판독에서 "폐에 석회화 결절이 관찰됨", "과거 염증 흔적으로 보이는 오래된 흉터" 같은 표현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대부분 오래된 거니까 괜찮다는 설명과 함께 넘어갑니다. 대체로 맞는 설명입니다. 다만 그 흰 점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면, 왜 완전히 잊고 지낼 수만은 없는지도 이해가 되실 겁니다.

먼저 한 가지 짚고 가겠습니다. 석회화 결절이 전부 결핵 때문인 것은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결핵이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다른 육아종성 질환이나 과오종 같은 양성 종양도 비슷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결절의 모양과 위치를 보고 판단합니다.

균이 몸에 들어오면 어떻게 되나요

결핵균이 폐에 들어오면 우리 면역세포인 대식세포가 이를 잡아먹습니다. 보통 세균이라면 여기서 끝납니다. 그런데 결핵균은 다릅니다. 잡아먹힌 뒤에도 죽지 않고 오히려 대식세포 안에서 살아남습니다. 자신을 죽이려는 세포 내부를 은신처로 삼는 셈입니다.

몸도 이를 압니다. 그래서 전략을 바꿉니다. 죽이지 못하겠으니 가두기로 합니다. 면역세포들이 감염된 대식세포 주위로 겹겹이 모여 단단한 구조물을 만듭니다. 이것을 육아종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벽에 칼슘이 침착되어 딱딱해집니다. X-ray에서 하얗게 보이는 그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럼 균이 아직 살아있다는 건가요

여기가 가장 오해가 많은 부분입니다. 정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석회화가 잘 이루어진 결절은 오히려 균이 처리되어 비활동성으로 정착한 상태에 가깝습니다. 재활성화 위험이 더 높은 것은 오히려 석회화되지 않고 섬유화된 폐 윗부분의 흉터 병변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흉부 X-ray로는 잠복결핵인지 아닌지를 판정할 수 없습니다. 잠복결핵인 사람 상당수는 흉부 X-ray가 완전히 정상이고, 반대로 석회화 결절이 있어도 잠복결핵 검사가 음성인 경우가 흔합니다. "내 X-ray는 깨끗하니까 잠복결핵은 아니다"라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특히 면역억제 치료를 앞두고 계신 분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 잠복결핵은 무엇이고 어떻게 확인하나요

잠복결핵감염은 결핵균이 몸에 들어와 있지만 증식하지 않고, 증상도 없으며, 전염력도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기침도 열도 체중 감소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도 않습니다. 다만 몸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전염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히 기억해 두십시오. 양성 판정을 받고 가족과 접촉을 피하려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러실 필요가 없습니다.

IGRA
인터페론감마 분비검사
채혈로 시행합니다. BCG 예방접종의 영향을 받지 않아 국내처럼 접종률이 높은 환경에서 더 신뢰할 만합니다. 한 번 방문으로 끝납니다.
TST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
팔 안쪽에 주사한 뒤 48~72시간 후 다시 방문해 판독합니다.

두 검사 모두 알려주는 것은 균에 노출된 적이 있는가입니다. 지금 활동성 결핵인지 여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양성이 나오면 흉부 X-ray나 CT로 활동성 병변이 없는지 반드시 함께 확인합니다. 순서가 반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혈액검사가 먼저이고 영상검사는 그다음입니다.

누가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왜 위험할 수 있나요

감옥은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면역세포가 계속 지키고 있어야 유지됩니다. 초소를 지키는 병력이 빠지면 벽에 금이 갑니다. 벽이 무너지면 갇혀 있던 균이 다시 증식을 시작합니다. 이것이 활동성 결핵입니다. 이때부터는 증상이 생기고 전염력도 생깁니다.

잠복결핵감염자 중 평생에 걸쳐 약 5~10%에서 재활성화가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는 감염 후 첫 2년입니다. 감옥이 무너지기 쉬운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는 잠복결핵 검사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결핵이 깨어나면 훨씬 곤란해지기 때문입니다.

양성이면 치료해야 하나요

모두가 치료 대상은 아닙니다. 여기서 판단이 갈립니다.

치료의 이득이 큰 쪽은 앞서 말씀드린 재활성화 위험이 높은 분들, 그리고 최근에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접촉자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예방적 치료를 적극적으로 권합니다.

반대로 나이가 많고 다른 위험요인이 없다면 치료로 얻는 이득보다 약제로 인한 간독성 등의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치료하지 않고 경과를 보기도 합니다. 치료를 하게 되면 결핵약을 수개월간 복용하며, 활동성 결핵 치료보다는 짧고 단순한 요법을 씁니다. 치료 중에는 간 수치를 주기적으로 확인합니다.

즉, 양성 판정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면역이 떨어질 일이 있는가입니다. 이 판단은 진료를 통해 개별적으로 내려야 합니다.

정리하면

흉부 X-ray의 흰 점은 대개 즉시 조치가 필요한 소견이 아닙니다. 놀라실 일은 아닙니다. 다만 두 가지는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흰 점이 있다고 잠복결핵인 것도, 없다고 아닌 것도 아닙니다. 확인은 혈액검사로 합니다. 둘째, 앞으로 면역억제 치료를 받게 되거나 큰 병을 앓게 될 때 반드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할 정보라는 점입니다.

참고자료 · 질병관리청 결핵 진료지침 · 결핵예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