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맥 초음파에서는 73% 좁다는데
큰 병원에서는 그 정도가 아니라고 합니다
세 줄 요약
협착률에는 계산법이 두 가지 있고, 같은 병변도 어느 쪽으로 재느냐에 따라 숫자가 크게 다릅니다.
한쪽으로 50%인 병변이 다른 쪽 계산으로는 75%가 됩니다.
검사가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자로 잰 값입니다.
초음파는 지름을 두 번 재서 퍼센트를 냅니다
경동맥 초음파도 혈관을 단면으로 직접 봅니다. 학회 표준검사지침에 따르면 회색조 영상은 "혈관벽이나 혈관내강에 대한 형태학적 정보를 제공"하며, 죽상판의 두께·면적·위치·모양을 살핍니다. 확대해 보는 능력도 초음파 쪽이 뛰어나서, 혈관벽 두께를 밀리미터 이하 단위로 잽니다.
협착률도 이 화면에서 바로 나옵니다. 지름을 두 번 재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원래 지름"을 어디서 재느냐가 문제가 됩니다.
어디를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집니다
경동맥 협착률에는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계산법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학회 지침도 "경동맥협착을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NASCET법과 ECST법이 있으나, 수술 및 시술을 결정할 때 주로 NASCET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기준이 다르니 같은 병변인데 숫자가 다르게 나옵니다. 두 방식을 직접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대응 관계는 대략 이렇습니다.
차이가 작지 않습니다. 한쪽으로 절반쯤 좁은 병변이, 다른 쪽 계산으로는 4분의 3이 막힌 것처럼 표현됩니다. 어느 하나가 틀린 것이 아니라 분모가 다른 것입니다.
저희 숫자와 상급병원 숫자가 다른 이유
여기서 실제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저희가 알려 드리는 값은 ECST 방식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반면 수술이나 시술을 판단하는 자리, 그리고 그때 참고하는 영상 판독은 주로 NASCET 기준을 씁니다.
초음파에서 ECST 쪽 값이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검사는 죽상판이 보이는 자리를 찾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학회 지침도 "횡단면스캔에서 죽상판이 관찰되었다면 탐색자를 90° 돌려 종단면스캔으로" 살피라고 안내합니다. 협착률을 낼 때 쓰는 화면은 혈관을 가로로 자른 단면인데, 그 한 장 안에 바깥 굵기와 남은 통로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병변 그 자리에서 계산이 끝납니다.
NASCET의 분모는 사정이 다릅니다. 병변보다 위쪽의 좁아지지 않은 구간을 분모로 삼기 때문에, 가로 단면 한 장에는 담기지 않습니다. 다른 높이의 화면을 따로 잡아 재야 합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 문제가 아니라, 초음파 화면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값이 ECST 쪽이고 수술 판단의 관행이 NASCET 쪽인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검사에서 73%로 나온 병변이 큰 병원에서는 절반 안팎으로 읽히는 일이 생깁니다. 몇 달 사이에 병이 좋아진 것도, 앞의 검사가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같은 혈관을 다른 자로 잰 것입니다.
그러니 결과지의 퍼센트를 보실 때는 그 숫자가 어느 기준으로 계산된 것인지를 함께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두 병원의 숫자를 그냥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오해가 생깁니다.
특히 추적 검사에서 헷갈리기 쉽습니다. 작년에 다른 곳에서 잰 값과 올해 여기서 잰 값을 비교하실 때, 두 값이 같은 기준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기준이 다르면 좋아졌는지 나빠졌는지를 그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이럴 때는 이전 검사지를 함께 가져오시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속도로도 재는데, 형태 값과 늘 맞지는 않습니다
초음파는 형태만으로 끝내지 않고 혈류 속도도 함께 봅니다. 좁아진 곳에서 혈류가 빨라지는 원리를 이용해, 지침은 최고수축기속도와 확장말기속도, 내경동맥과 총경동맥의 속도 비 등을 종합하도록 권장합니다.
다만 형태로 잰 협착률과 속도 기준이 항상 나란히 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속도는 측정 조건에 민감합니다. 지침은 혈류 방향과 초음파 방향의 각도가 60도 이내가 되도록 하라고 정하는데, "60°를 넘어서면 코사인 각도로 보정하더라도 혈류속도의 왜곡이 발생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속도가 올라가는 이유도 협착만은 아닙니다. 대한의사협회지 자료는 "반대측에 경동맥 협착증이 있는 경우에는 정상 측의 혈류량이 증가로 인하여 심각한 협착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최고 수축기 속도가 상승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한쪽 길이 막히면 다른 길로 차가 몰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 밖에 판정을 흔드는 것들
석회화가 대표적입니다. 학회 지침은 석회화가 심한 경우 평가가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고 적습니다. 딱딱한 침착물이 초음파를 막아 그 뒤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단면을 본다는 것 자체의 한계도 있습니다. 한 문헌은 "이차원적 단면에서 삼차원적 플라크 분포를 기술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으며"라고 적습니다. 플라크가 혈관을 빙 둘러 어떻게 붙어 있는지는 단면들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지침에 따르면 협착 60% 이상에서 경동맥 이중초음파의 특이도는 68~86%입니다. 좁다고 나온 것 중 일부는 실제로는 그만큼 좁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고, 학회가 이 한계를 알고 지침에 적어 두었다는 점이 다음 절의 권고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지침은 병행하거나 재검하라고 합니다
학회도 이 문제를 알고 있고, 답도 정해 두었습니다. 대한신경초음파학회 표준검사지침은 "수술이나 시술의 결정에 있어서는 자기공명혈관조영술, CT혈관조영술을 병행하여 검사하거나 혹은 다른 검사자가 경동맥 초음파를 재검할 것을 권고"합니다. 대한의사협회지 자료도 "불필요한 수술이나 시술을 시행할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두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적습니다.
초음파가 부정확한 검사라는 뜻은 아닙니다. 지침은 비침습 검사들을 비교한 연구에서 경동맥 초음파가 다른 비침습적인 검사들에 비하여 비슷한 정도의 정확도를 보인다고 적고 있고, 방사선도 조영제도 없이 반복해서 볼 수 있어 경과를 따라가기에 적합합니다.
그리고 협착 정도가 얼마로 나왔든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금연처럼 혈관 자체를 관리하는 일은 그대로 남습니다. 숫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시술을 논의할지 여부이지, 관리를 할지 말지가 아닙니다. 결과지를 가지고 오시면 어느 기준으로 잰 숫자인지부터 함께 짚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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